지금은 자원순환 정책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작성자
소비자시민모임
작성일
2020-06-22 12:12
조회
150

지금은 자원순환 정책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문소영 이사며칠 전,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 재활용 폐기물 분리 배출에 대한 안내문이 게재되었다. 가뜩이나 코로나19 탓에 외식을 자제한다는 이유로 요즘 온라인으로 사들인 신선식품의 포장재나 아이스팩 따위가 뒷베란다에 꽤나 쌓였는데...뭘 어떻게 처리해서 내놓으라는 건지, 뭐가 배출이 안된다는 건지 빨리 파악해두어야 한다는 긴장감이 들었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틈틈이 빼곡하게 적힌 분리 배출 요령을 읽어 나갔다. 그런데 힘들게 읽어 내려간 내용 끄트머리에는 자세한 배출요령은 구청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라는 문구가 얄밉게 박혀 있었다. 이 이상 뭘 더 자세히 알아야 하나 하는 의구심이 들면서도 피로감에 더이상은 알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었다. 동시에 우리집 재활용품 분리배출 소임은 나머지 가족 구성원에게 떠밀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우리나라는 2015년 기준으로 OECD 국가 중 폐기물의 재활용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여기에는 까다로운 분리배출 요구를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는 시민의 노력이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참고로 가장 널리 알려진 환경운동이 3R 아니던가? 3R 캠페인은 Reduce, Reuse, Recycle의 머리글자를 딴 조어로써 2008년 영국에서 시작되어 현재까지도 각국 여러 나라에서 실천되고 있는 대표적인 환경운동이다. 따라서 재활용 폐기물 분리배출에 참여하는 우리나라 모든 국민들은 이미 3R의 Recycle을 실천하는 훌륭한 환경운동가이자 시민운동가인 것이다. 국가 1위를 만들어낸 성과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많은 양의 재활용 폐기물을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으로 폐지의 경우 국내 발생량이 전부 재활용되지 못하고 있는데도 수입량은 `18년 88.7만 톤에서 ’19년 107만 톤으로 오히려 증가하였다.

폐지 외에 국내 주요 재활용 수입 폐기물은 석탄재, 폐배터리, 폐타이어, 폐플라스틱 등이 있으며 ’19년 당시 수입량은 252만 톤이었다. 같은 해 국내 재활용 폐기물의 수출량이 17만 톤이었으니 무려 수출량의 15배나 수입한 것이다. 이는 국내에서 발생되는 재활용 폐기물이 재활용되기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유색 페트병의 경우 재활용 원료가 될 수 없어 무색 페트병을 수입하고 있다. 폐비닐의 경우 음식물 등이 묻어 있으면 재활용하기 부적합하다. 결국 재활용품의 수입문제는 재활용이 불가능하도록 제품을 생산하는 일부 생산자와 제품 사용 후 적절하게 배출하지 않은 일부 소비자에게 책임이 있다. 그러나 기업, 소비자의 노력과 제도개선을 통해 해결 가능한 문제이다.

때마침 폐기물 수출입과 연관된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 및 그 처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3월 2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됨에 따라 3월 31일부터 공포·시행되기 시작했다. 본 시행령은 국내 발생 폐기물의 적정한 관리와 재활용 촉진을 위한 법률로써 정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과도한 폐기물 수입으로 인한 부작용을 방지하고, 국내 재활용 산업발전과 국민의 환경권을 보호 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폐기물 수출입 이슈 외에도 ’18년 4월 수도권 폐비닐 수거 중단 문제, ’18년 11월 의성 쓰레기산 사건, ’19년 6월 의료폐기물 불법 보관 사건 등 각종 폐기물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되고 있다. 이렇듯 폐기물 재활용 시장이 침체될 때마다 수거중단이 우려되고, 폐기물의 불법 처리와 장거리 이동 처리 등으로 인해 발생되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에서는 기존 제도와 대책을 뛰어넘는 근본적이 전환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정책의 뿌리부터 바꾸겠다는 의지 하에 자원 순환 정책 대전환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올해 4월 ‘자원순환 정책포럼’을 출범하였다. 현재는 정부, 지자체, 유관기관, 관련업계, 시민사회, 전문가 등 여러 이해관계자가 포럼에 참여하여 폐기물의 발생부터 최종 처리까지 전 과정에 대한 개선방안을 논의 중에 있다. 앞으로 이번 포럼결과를 바탕으로 상반기 중 자원순환 정책 대전환 계획 초안을 만들어 대국민 토론회와 공청회 등 사회적 공론화를 추진할 계획에 있으므로 추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원순환 정책 대전환 계획을 통해 기존 폐기물 관리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원순환체계 고도화를 통한 자원고갈과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 가능한 제도와 사회구조로 변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소비자리포트 2020년 5·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