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좋아하는 상품

작성자
소비자시민모임
작성일
2015-07-22 17:30
조회
528
 
소비자가 좋아하는 상품

sr_201507우리 집안이 평안도에서 내려온 집안이다. 평소 냉면을 좋아하고 맛있는 냉면집을 자주 찾아다니게 되는데, 어쩌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유명한 냉면집에 가서 식사를 하다보면 같이 온 일행들 중 냉면이 밍밍하고 푸석푸석해서 도저히 못 먹겠다고 그냥 젓가락을 내려놓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곤 한다.
냉면 육수 한 그릇을 만드는 원가는 300원에서 6,000원~7,000원 정도 라고 하는데 고급 재료로 오랜 시간을 걸려 만든 냉면 육수는 거의 맛이 나지 않기 때문에 새콤하고 짭짤한 냉면 맛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유명한 집의 밍밍한 냉면을 먹고 나서 쓸데없이 시간과 돈만 버렸다고 실망하고 마는 것이다.
아무리 품질이 좋은 물건이 있더라도 시장에 그 상품을 원하는 소비자가 없으면 그 제품도 나쁜 상품이 된다. 작 년에 열풍이 불었던 허니버터칩처럼 다른 제품들과 근본적인 면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제품이라도 시장에서  많은 소비자가 그 상품을 원하면 그 제품은 최고의 상품이 된다.


 최고의 상품을 만들기 위하여 생산자는 소비 시장에서의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하고 그에 맞추어 제품을 생산한다. 단순히 제품의 생산에서만 그러한 것이 아니라 드라마 제작자는 매일 매일 인터넷을 통하여 들어오는 시청자 의 반응을 보고 드라마의 앞으로의 전개에 반영하며, 신문 방송의 기자도 실제 일어난 사실이 어떤 것이었느냐 보다는 어떻게 하면 자기가 쓴 기사가 소비자들의 주의를 끌고 소비자들의 공감을 얻어 낼 것인가를 생각하고 기사를 쓰게 된다. 또 정치인들도 어떻게 하는 것이 나라의 운영에 도움이 되는 방향인지보다는 자기가 하는 행동과 발언이 정치 소비자인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고 지지자들의 욕구에 부합하는지를 따져 행동하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유명한 냉면집의 강남지점도 짭짤한 맛을 기대하는 소비자들을 위하여 냉면 육수에 다른 양념을  가미한 육수를 내어놓는 것으로 맛을 바꾸었다. 물론 냉면을 주문할 때 양념이 없는 육수를 달라고 하면 양념이 가미 되지 않은 원래의 육수를 준다.


 현대 자본주의 시장은 소비자는 항상 옳고, 시장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이 최고의 상품이며, 생산자는 소비자의 욕구에 맞추어 그러한 상품을 생산하여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상품이나 서비스에 따라서는 입에 쓰고 듣고 보기에 거슬리는 것이 실제로는 좋은 것이고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인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소비자가 좋아하는 상품만이 유통되고 생산되는 현실에서는 소비자들이 잘 생각하지 않는 옻칠그릇이나  방자유기 등의 질 좋은 상품 또는 사실을 가감 없이 보도하는 진실한 언론 등의 상품들이 오히려 우리의 시장에서 퇴출되어 버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다만 면이 퍽퍽하고 육수가 밍밍한 냉면을 원하는 소비자가 아직 상당수 남아 있어서 아직은 내가 좋아하는 냉면을 계속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는 다행인 셈이다.


소비자리포트 2015년  7·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