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보호법의 성공적 입법과 정착을 기원하며

작성자
소비자시민모임
작성일
2019-11-28 09:22
조회
128

금융소비자보호법의 성공적 입법과 정착을 기원하며


허유경 이사11월 25일 금융소비자들의 숙원 과제인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법안이 처음 제정 방향이 제시된 이후 무려 9년 만에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금소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29일 국회 본회의도 통과하게 되면, 금융소비자 보호 정책과 교육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금융소비자 보호가 금융기관의 건전성 제고는 물론, 더 나아가 금융시스템 전반의 안정에도 필수불가결한 요소임이 확인되었다. 이에 각 나라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입법이 이루어졌으며, 미국과 영국은 별도의 금융소비자 보호 기구를 설립하였다.

우리나라도 키코(KIKO, 환율 연계 금융파생상품) 사태, 동양종금사태, 저축은행 사태 등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대규모 금융소비자피해 사례가 발생할 때마다 금소법 제정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대두되었다. 이번에 금소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도, DLF(해외금리연계파생상품) 사태로 금융소비자 보호의 필요성이 높아진 데 있다.

현재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금소법안에는 적합성의 원칙(상품 판매 시 소비자의 재산상황, 투자경험 고려), 적정성의 원칙(소비자가 구매하려는 상품이 소비자의 재산상황 등에 비추어 부적정할 경우 그 사실을 소비자에 고지·확인), 설명의무(상품 판매 시 또는 소비자 요청 시 상품의 중요사항 설명), 불공정행위 금지(상품 판매 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소비자 권익 침해 금지) 등이 포함되었다. 또한, 판매 및 광고에 적용되는 부당권유 금지(상품 판매 시 소비자가 상품에 대해 오인할 수 있는 행위 금지), 허위·과장 광고 금지(광고 시 필수적으로 포함해야 하는 사항 및 금지행위) 등도 포함되었다.

금소법은 금융상품과 판매행위를 기능과 유형별로 재분류·체계화하여, 동일한 기능을 가진 금융상품 판매행위에 대해 동일하게 규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동일상품·동일규제”). 다만, 세간의 인식과는 달리, 현재도 그러한 금융소비자 보호 규제가 개별 금융법에 의하여 적용되고 있는 경우가 많고, 지난 9년간 금소법 안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면서 개별 금융법의 소비자 보호 수준도 높아졌다.

금소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여 “금융소비자 보호의 기본 틀”이 마련되는 것은 반길 만한 일이지만, 이는 아직 첫걸음에 불과하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현재 계류 중인 금소법안에 아쉬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추후 개정 등을 통해 다음 사항들이 보완될 필요가 있다.

첫째, 별도의 금융소비자 기구를 설립하여, 독립적인 금융소비자 보호 정책을 수립하고 감독을 철저히 하여야 한다. 현재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소비자 보호와 건전성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건전성 규제는 기본적으로 금융회사의 재무건전성과 경영안정성 등을 목표로 하는 것이어서 소비자 보호와 상충될 가능성이 높기때문에 소비자보호를 중심으로 한 독립성 보장이 필요하다.

둘째, 집단소송제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피해보상계획 제도 등 소비자 피해구제를 위한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여야 한다. 1인당 피해액이 큰 경우, 다수의 소액 피해자가 양산되는 경우 등 소비자 피해의 유형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가 각각의 경우에 알맞은 피해구제 수단을 선택하는 등 주도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법령 자체가 만병통치약일 수는 없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금소법이 제정되어도 감독기관이 제재나 처벌에 적극적이지 않을 경우 입법 취지가 무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행 법규가 미비하여 DLF 사태와 같은 금융회사의 모럴해저드가 야기된 것도 아니다. 금융회사가 규정을 준수하지 않거나 감독기관이 집행을 소홀히 하면, 법령은 무용지물일 뿐이다. 소비자가 관심을 가지고 금소법의 재정과 법의 올바른 집행을 감시해야 하며, 학계 및 정치권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소비자시민모임은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



소비자리포트 2019년 11월호